[책 리뷰] 선재의 노래 : 공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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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oranun

» 한 편의 연극같은 소설

선재의 노래

한 권의 소설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지문이 적혀 있지 않아도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상황이 상상이 되는 점이 연극대본이 아닌 연극을 보는 것 같다.

‘선재’가 독백을 하며 이끌어나가는 부분이라던가, 자연스럽게 표현된 친숙한 사투리 표현들을 보면 그렇다.

우히려 사투리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읽으면 글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혀 어색하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은 말투로 쓰여진 글이다.

책 소개글을 읽었을 때 이 책은 아주 우울한 느낌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건 ‘선재’가 담담하면서도 사실 담담하지 않은 자신의 상태를 잘 풀어나가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이 책이 연극화 된다면 얼마나 슬플까 자연스럽게 생각이 들었다. 글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에 와 닿는데 배우들이 연기한다면 어떻게 표현될까.

‘선재’가 할머니를 잃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 가는지 ‘선재’가 어떻게 성숙해져가는지 같이 담담하게 보다가도 같이 울기도 했다가 그러다 이야기가 끝났다. ‘아, 그래서 선재의 노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선. 이런 류의 글을 읽지 않는 나에게도 좋았던 책이다.

책을 다 읽고도 ‘선재’가 계속 생각난다.

​아, 그리고 책 제본이 너무 마음에 든다. 잘 펼쳐지며 어디서 어떻게 들고 읽어도 편해서 좋았다. 표지도 마음에 든다!

✒️ p62 새끼 오리의 울음소리를 듣고 엄마 오리는 돌아왔지만 내가 아무리 울어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사실 ‘선재’가 덤덤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가서 나도 덤덤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선재’와 할머니 외의 인물 즉, 엄마에 대한 ‘선재’의 마음이 덤덤한 줄 알았다. 곁에 없지만 할머니가 있었기에 괜찮았나 보다 하고 말이다.

하지만 할머니를 잃은 ‘선재’에겐 덤덤한 척 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혼자라는 큰 외로움이 늘 같이 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아, ‘선재’야. 하고선 같이 마음이 무너졌던 것 같다. 끼야악, 끼야악 이라고 표현된 새끼 오리의 울음소리가 슬픔에 한 몫 더한 것 같다.

거슬릴 것 없이 표현되어 있는 의성어들도 이 소설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연극같은 느낌을 더 주었던 것 같다.

✒️ p93 나는 확실히 알았다. 나는 이제 맘 놓고 울 수도 없게 되었다는 것을. 우는 것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허락된다는 것을.

가슴에 확 와닿았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눈 앞에 그려지듯 상상이 되었던 대목이었다.

어느 순간 나도 ‘선재’ 처럼 덤덤한 척 글을 읽어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저절로 눈물이 났다.

할머니는 이제 ‘선재’ 곁에 없어. 이제와서 후회해도 돌이킬 수 있는건 없어.

상필이가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부터 ‘선재’와 같이 울었던 것 같다. 할머니 하면서.

✒️ p148 그러나 이제 나는…… 거미가 되련다. 비가 와도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바람이 불어도 날아가지 않는 집을 짓는 똑똑한 거미가 되고 말테다!

마을 어르신들, ‘선재’가 이동하며 만난 어르신들.

생생하게 와닿는 인물들이여서 어르신들의 마음도 와 닿았다. 그리고 그런 관심 속에서 성숙해지는 ‘선재’도 보았다.

‘선재’가 거미가 되겠다 다짐한 순간, ‘선재’의 할머니로 부터의 홀로서기, 마음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다 보니 책을 펼친지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것 같았는데 이야기가 끝이 났다.

아쉬움도 그렇다고 개운함도 없는 그냥 ‘선재’ 다운 이야기의 끝이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도 ‘선재’가 생각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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